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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양길순의 동행(同行) 판 관람후기 2022-10-08 14:51:15  
  이름 : 정영진  (203.♡.101.99)
  조회 : 158    
국립남도국악원 토요상설 “국악이 좋다” 2022년 10월 1일 공연은 양길순 무용단 초청공연 <양길순의 동행(同行) 판 >이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97호 살풀이춤 예능보유자 양길순은 1953년(69세) 진도(珍島)에서 태어나 경희대학교 무용과를 졸업하고 국립무용단원을 역임했다. 현재도 도살풀이춤을 비롯해 승무, 입춤, 태평무, 설보춤 등 우리전통 춤 대부분을 무대 위에서 보여주며 ‘김숙자류 도살풀이춤’ 보존회 회장을 맡고 있는 현존 최고명무 중 한 명이다. 

양길순이 고향 진도에 소재한 국립남도국악원 진악당 무대에서 진도민속예술을 전승 보존하고 있는 진도북놀이 춤꾼 이희춘·엿타령 보유자 조오환과 함께 자신의 무용단을 이끌고 황순임 교방입춤, 원미자 교방굿거리춤, 신관철 수건춤, 자신의 도살풀이춤으로 신명나는 춤판을 벌이고 경기도 제31호경기소리 예능보유자 임정란의 정선아리랑, 한오백년, 강원도아리랑으로 흥과 열기를 더하니, 주 관객인 진도사람들까지 <동행(同行) 판> 동반자가 되어버린 행복 넘친 시간이었다.

조선 후기 남종화의 대가 소치(小痴) 허련(許鍊)의 화실 진도(珍島) 첨찰산 아래 운림산방을 배경 화면으로 꽉 채운 무대 중앙에 흰색 무명 머리띠·바지·저고리의 남무(男舞)가 단아한 모습으로 양손에 북채를 들고 두둥 두둥 풍물 북의 궁편과 채편을 넘나들며 두들기다 양팔을 벌려 너울너울 춤을 춘다.

좌우 양편에 흰색 무명 치마·저고리의 두 여무(女舞)가 남무 따라 양손으로 북을 두들기며 셋이서 함께 넘는 북 가락은 무대 위에서 파도가 넘실넘실 춤추고 있었다. 부드러움과 살랑거림의 감칠맛이 가슴을 애태우면서도, 단조롭고 절제된 동작은 군악(軍樂)같은 힘참과 패기가 넘쳐났다. 유연한 손동작의 기교와 아름다운 춤사위는 두 눈을 매료시키며 즐거움과 기쁨을 선물했다. 양손에 북채를 들고 어깨에 비스듬하게 멘 북을 장구 치듯이 두들기며 춤추는 진도 북 놀이의 세 유파 장선천류, 양태옥류와 함께 전승되는 박관용류 북 놀이로 주로 여성 춤꾼들의 북 놀이이다.
 
화사한 눈웃음을 살짝 띄며 오른손에 부채를 들고 펼쳤다 접으며 보여주는 교태에 가슴이 울렁거렸다, 치맛단을 살짝 치켜들고 땅을 찍는 버선발을 따라가는 눈동자는 멈출줄 몰랐다. 내가 조선의 관료이었다면 관기의 절제된 요염함을 이겨낼 수 있었을까? 장담할 수 없는 교방입춤이었다.

노란저고리에 청색치마를 입은 한 마리 노랑나비가 굿거리장단 따라 훨훨 날다 멈추고, 뱅글돌아 화사하게 나래를 펼쳤다. 버선발 한 디딤 한 디딤의 섬세함은 느림의 아름다운 진수가 담겨 차분함을 이끌어주었다. 소고를 들고 덩실덩실 장단을 밟는 소고춤을 더해져 신명이 넘쳐났던 교방굿거리춤이었다.       

대금의 중후한 울음 따라 뿌리는 석자 길이의 하얀 수건은 애잔함이 흐느적거리며 수건에 실린 장중한 세월의 무게는 새벽 고요의 침묵을 와 닿게 하였다. 움직임 적은 디딤 발과 어깨선의 아름다움이 보여주는 정중동(正中動)의 절제된 멋은 남성이 홀로 추는 살풀이였다. 머리 뒤로 한 손을 넘겨, 길게 늘어뜨리며 끌고 퇴장하는 수건이 어둠 속에서 새하얗게 북망산천 가는 길로 다가와 홀로 걷는 길이 외롭고 쓸쓸하여 이제 그만 쉬고 싶은 애잔함으로 가득 찬  수건춤이었다. 

남무 2, 여무 7, 9명이 “꿈이로다~ 꿈이로다~ 모두가 다 꿈이로다~” 흥타령을 밟으며 양팔 뻗어 하얀 긴 수건을 팔위에 올려 양손 끝으로 잡고 나풀나풀 무대 위를 걸으며 수건을 휘저어 허공에 수놓고 떼로 그려내는 춤사위의 아름다움은 달빛 아래 무리지어 날아가는 백로(白鷺)들의 뽐냄이었다.

날아간 백로가 남긴 정적의 고요를 뚫고 소복(素服) 차림의 한 여인의 손에 들린 흰 수건이 너울거리며 움찔거리는 작은 몸짓으로 가슴을 파고들어 스산한 파동을 일으켰다. 다소곳이 숙인 자태로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내딛는 하얀 버선발의 디딤은 신에게 나쁜 기운을 풀어주기를 원하는 겸손의 열망이 오직 신을 향해 천천히 나아가고 있었다. 양길순과 함께 무용단이 그려내는 어깨선과 손끝의 떨림은 우리 춤의 백미를 펼쳐 보여주는 도살풀이춤이었다.
   
교방입춤, 교방굿거리춤, 수건춤, 도살풀이 등은 크게 보면 모두가 입춤이다. 입춤은 서서 추는 춤, 처음 춤 길로 들어서는 춤이라는 뜻이 담긴 우리 춤의 기본이며 바탕이다. 춤꾼에 따라 장단과 춤의 형태가 차이가 있어 그 특징에 따라 분류하여 부르고 특징을 강조하다보니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면서 춤꾼이 누구에게, 어디에서, 어떻게 배워 이어왔느냐에 따르기에 교방입춤, 교방굿거리춤, 수건춤, 도살풀이춤을 한 무대에서 즐길 수 있었다. 

강원도를 대표하는 민요인 정선아리랑·한오백년·강원도아리랑은 춤으로 채워진 무대가 자칫 관객에 따라 지루해질 수 도 있는 무료함에 꽂아 넣은 비수였다. 소리꾼의 한 갑자 넘은 인고의 세월 따라 소리는 거칠고 힘은 죽었지만 민요소리 따라 치는 박수소리와 조용히 들릴랑말랑 흥얼거림이 만들어 내는 흥이 자중을 감당하지 못하고 공연장을 뒤덮었다.

"싸구려 어허허 굵은 엿이란다. 정말 싸다 파는 엿~ " 엿판을 목에 걸어 멘 엿장수가 등장하여 엿가위를 째깍거리며 구수한 가사로 엿타령 뽑아내니 관객들의 흥이 춤추기 시작한다. 이 엿장수가 조오환이다. 뒤이어 남녀 여장수가 무리를 지어 나타나 모두 함께 엿 팔 생각은 하지 않았는지, 정갈하면서도 시원한 장구반주 가락을 따라 운율 있는 걸쭉한 입담 소리를 하며 엿판을 도구삼아 돌고 뛰다 횡 열로 펼치고 종 열로 줄서며 소박하면서도 화려한 무대를 펼친다. 관객의 어깨는 들썩이고 엿타령 가사 말을 좀 더 또렷이 들으려고 귀를 쫑긋 세우면서 엉덩이를 제자리에 두지 못한 채, 혹 엿판에 진짜 엿이 있어 무대를 돌며 나누어주지 않을까 침을 꼴깍 삼킨다.

“어디가먼 별다르다 / 내말 듣고 이리오소 울긋불긋 감자엿 / 펑펴졌다 나발엿 목포 무안 찹쌀엿이야 /허랑헐지게 막판다”
해학적인 가사들이 옛 추억을 되살리며 아련하게 그려보는 골목골목에서 엿장수를 따라가던 발걸음과 어머니 치맛자락 붙잡고 따라나선 장날 설렘이 포근한 행복으로 다가왔다. 오일장마당 장돌뱅이 엿장수가 엿을 팔기위해 사람을 모으던 생활놀음이 관객의 흥을 불러 모으는 훌륭한 예술 작품으로 뜨거웠던 감흥이 아직도 입안에서 쩍쩍 달라붙는 엿타령이다.




무상초들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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