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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박애리의 모돌전(牟乭傳) 관람후기 2021-04-26 20:17:59  
  이름 : 정영진  (211.♡.206.52)
  조회 : 78    

JU창극 발전소의 창작 창극이다. 하지만 전통 여성국극 형태의 창극에서 진화되어 판소리의 멋과 아름다움 속에 현대적 발성으로 표현하는 뮤지컬이다. 무량사 종지기 흉측한 몸꼴의 꼽추 모돌(유태평양), 무량사 주지 왕사(王師) 벽파(최호성), 권문세족 미남 바람둥이 최자(김준수)의 광대 패 사당각시 호란(박애리)을 향한 사랑 이야기이다.

욕망과 광기가 번뜩이는 사랑, 한없는 희생으로 가득 찬 짝사랑, 자신의 안위와 향유만 담긴 배신의 사랑, 따뜻하고 포근한 보살핌의 사랑, 이 모든 사랑이 담겨 가슴 설레며 눈시울이 젖는 비극적 서정미(抒情味)로 채워진 아름다운 사랑노래이다.

막이 열려 내릴 때까지 한 호흡도 흐트러짐 없이 몰입되며 시간흐름도 잊은 채 행복을 누린 참 오랜만의 최고의 공연이다. 고만 고만한 수많은 창작극이 쏟아지지만 그저 그런 허접한 수준의 발표를 위한 작품들이 넘치는 현실 속에서 영롱한 불빛을 찬란하게 뽐내는 보석을 찾은 기쁨을 선물 받았다.         

무신정권이 득세하던 고려시대, 벽란도 무량사 사하촌 아래 죽은 죄인들을 묻는 공동묘지가 있었다. 갑오년 어느 날 술 취한 소금장수가 비를 피해 그곳으로 갔다가 기이한 모습으로 부둥켜안고 죽은 한 쌍 유골을 보았다. 억지로 두 뼈를 떼어내려 하자, 그들은 원래 한 몸이었던 것처럼 그대로 부서져 함께 바람이 되어 사라진다.        임제설록 1449중에서

이렇게 무대 뒤 화면에 새겨진 글귀가 관객의 가슴을 파고들며 탈을 쓴 21명의 ‘모돌전’ 전체 출연자들의 “인간 세상에는 언제나 남녀가 있었고, 사랑하는 사람 사랑받는 사람이 있었네.” 떼 창이 객석을 휘감아 돌며 시작부터 집중과 몰입을 요구하며 극 속으로 관객을 빨아드렸다.

중요 인물의 성격과 극의 배경 설명 유희(遊戲)가 광풍이 몰아치듯 떼 창과 함께 뜨거운 열정으로 넘쳐 지나가더니 모돌의 한(恨)타령이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거대한 탱화 아래 탈을 쓰고 등장한 무희들의 바라춤이 흥을 돋우며 광대 패 백중놀이가 펼쳐지고 놀이판 정화의 의미가 담긴 사자춤과 벽파를 빗댄 파계승놀이가 이어진다.

​벽파의 호란에대한 연정 속앓이는 커져만가고 범종을 치로나온 모돌은 벽파의 거대한 위상에 비춰 자신의 애달픈 처지를 독백처럼 노래하다 허심천(川)에 빠진 호란을 구했지만, 혼절했다가 깨어난 호란은 기생들과 봄놀이 하다 홀로 허심천가를 서성이던 최자를 생명의 은인으로 알고 사랑을 싹틔운다.

호란의 아름다움에 연모를 품은 최자는 허심천 달구경을 하며 걷잡을 수 없는 호란 사랑에 빠져든다. 모돌을 시켜 호란을 미행했던 벽파는 최자와 호란의 만남을 알고 사랑의 질투가 폭발하고 모돌도 호란의 사랑을 마음에 담았다. 이어서 벽파는 파계욕망을, 모돌은 아름다운 사랑을, 열 명 떼 창 소리꾼들과 함께 갈등, 번뇌, 격정을 노래한다.
 
성 밖 천민들의 마을에서 광대 패의 버나놀이와 호란의 청아한 남도소리가 심금을 빼앗고 있는 사이, 호란을 찾아 최자가 온다. 최자에 대한 사랑이 싹트는 호란을 바라보는 꼭두쇠 마골피(안대천)는 호란의 불행을 감지한다.

호란과 최자의 사랑을 질투한 벽파는 군관들을 보내 광대 패를 이유 없이 심하게 박해한다. 이후 벽파의 호란미행 명령을 실행하다 야밤 성안 배회 죄목으로 감방에 갇혀 고초를 겪는 모돌을 호란이 돌보아주자, 모돌은 자신의 전부를 바쳐 호란에게 헌신하겠다 스스로에게 맹세한다.

그믐달이 뜬 성 밖 누각에서 호란과 최자가 사랑을 확인하자, 질투에 눈이 먼 벽파는 최자의 등에 칼을 꽂아 쓰러뜨린다. 호란은 최자를 해치려 했다는 누명을 쓰고 감방에 갇히고, 호란을 찾은 벽파는 연정을 고백하며 협박을 하지만 거절당한다. 호란에게 아버지같은 마골피는 호란을 구출하기 위해 천민들과 봉기하지만, 관군에 의해 피살되고 갑자기 일어난 불길 속에서 모돌은 호란을 탈출시킨다.

최자는 이 모든 것이 벽파의 소행임을 알아챘지만 자신의 안위를 위해 비겁과 비굴로 호란과의 사랑을 스스로 부정한다. 호란은 최자의 변심을 모른 채 폐허가 된 암자에서 자신과 함께 할 수 있어 태어나 가장 행복을 누리는 모돌에게 최자를 찾아달라고 애원하며 두 팔로 안아준다. 호란에 품에 안겨 감격의 희열에 떨었던 모돌은 최자를 찾아가지만 최자는 하룻밤 풋 사랑이었다며 부정한다.

모돌을 추적하던 관군에게 다시 붙잡혀온 호란이 벽파의 회유를 뿌리치고 사약을 받고 죽자, 모돌은 미친 듯이 통곡을 하며 호란을 안고 사라진다. 장(障)이 바뀌고 천상에서 다정하게 손을 붙잡은 모돌과 호란의 행복한 모습이 나에게 열렬한 기립 박수를 치게 했다.

약 2시간동안 애절한 정한(情恨)이 담긴 아름다운 서사시 한 편이 펼친 밀려드는 감동의 물결은 멈추기 어려웠고, 승화되어 날아오는 뜨거운 벅찬 열기는 출연진, 연주자, 제작진이 하나가 되어 만들어준 행복한 선물이었다.

완숙도가 넘쳐나며 관객의 마음을 들었다 놓으며 희열에 떨게 한 박애리, 세상의 온갖 아픔을 짊어진 듯 애환을 사실적으로 전달해 준 유태평양, 맑고 깨끗한 소리로 권문세족 바람둥이 모습을 실감나게 표현한 김준수, 여 명창과 젊은 두 판소리꾼이 이끌어가는 벅찬 감동은 눈시울을 붉게 물들이고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무량사 땡중 곤조(우지용)가 해학과 유머가 담긴 창과 아니리로 풀어낸 나래이션(narration)은 극 짜임의 흐트러짐으로 자칫 놓칠 수 있는 빈틈을 편하게 덮어버리는 연륜의 힘이 돋보였다. 동네 아낙과 기생 1,2,(김금미, 나윤정), 포도군사 1,2,3,(민현기, 김용훈, 선영욱)은 약방의 감초처럼 극의 재미를 한층 끌어 올렸다.

극 전체를 뒤덮으며 관객의 눈과 귀를 쉼 없는 즐거움으로 끌어내던 세세하면서도 한 치의 오차 없이 만들어 내는 떼 창의 아름다운 화음과 생생한 표정의 율동은 열 명 광대(김가을, 김기진, 김다송, 김진영, 라서진, 박유빈, 박채희, 박현서, 임채은, 정은송)이 쏟아 부은 엄청난 노고가 피워낸 아름다움이다. 

1831년 빅토르위고의 작품 ‘노틀담 드 파리’를 바탕으로 ‘모돌전’을 창작하였다는 작가 ‘사성구’ 작창과 음악을 맡은 ‘한승석’ 제작⦁연출⦁총감독 ‘주호종’ 이들이 만들어낸 조화의 완성품 “모돌전”은 어디에 내어 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참 좋은 작품이요, 환희의 공연이다.

2017년 전라북도 무대공연 작품 지원작으로 초연되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장기 공연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몇 차례 작은 공연장 무대에 올려지다가 이번에도 2021년 4월 22일 서울 남산국악당 크라운해태홀 단 1회 공연으로 맺는 현실이 무척 안타깝고 커다란 아쉬움으로 남는다.





무상초들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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