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지난 해 초부터인가...
어머니께서 이따끔 돌아가신 할아버지 내외 등 집안 어른 분들이 꿈에 보인다는 말씀을 하셨지요.
그래서 어느날 저녁에는 밥과 탕국을 마련하여 정성껏 조상님께 올리기도 하였답니다. 그런 후 한동안은 잘 주무시고 하셨지요.
그리고 돌아가시기 한달 전 쯤 어느날 돈을 저에게 주시면서 받아둔 용돈인데 요즈음 몸에 지니고 싶지가 않다는 말씀을 하시며 두 차례 삼십여 만원의 현금을 주셨고 , 그러면서 천원짜리 몇장을 달라하셨지요.
저는 지갑에서 칠천원을 꺼내 드렸더니  다 필요하지 않다면서 사천원을 돌려주셨지요. 후일  어머님이 돌아가신 시기를 보니 그돈으로 마지막 김치를  담아 주신거였지요.
돌아가시기 삼일전인 지난 1월6일이 아버지 제사였는데 사실 제사는 음력 동지달 그믐인데 그믐(30일)이 큰달은 있지만 작은달(29일)로 끝나는  경우 날자가 없으므로  편의상 이틀을 앞당겨 매년 28일날 지내왔지요. 따라서 추정해보면 어머님이 돌아가신 1월8일은 아버지 돌아가신 날과 함께 한다고 생각됩니다. 참으로 우연의 일치가 아닌지...
다시 돌아가시기 삼일전으로 얘기를 하면 그날 밤 제사를 지내는데 큰 형님이
어머님도 아버지께 잔을 올리시겠냐 여쭈시니 기꺼이 받아 들여 잔과 함께 절을 올렸는데 40년을 넘게 제사를 지내오면서 처음 있는 일로 당시를 기억합니다.
그날은 모든 가족이 참석했던 제사였구요
다음 날인 7일(월)은 저와 함께 충무로 사무실로 동행하여 사무실 동료들과 청국장 찌게를 맛있게 드시면서 반주로 중국술인 백년고독을 마셨고 오후 볼일을 함께하시면서 같이 퇴근하였지요 .
다음날(8일)인 화요일은 제가 오후에 일이 일찍 끝나 퇴근 후 7시쯤 저녁을 집에서 어머니와 함께 하면서 이야기를 나눴구요. 어머니는 낮에 아파트 노인정에 가서  놀다 오셨다는 말씀도 들었구요.
평소와 다름없이 식사 후 어머님이 타준 커피를 함께 마셨고  어머니는 TV를 잠시 보시다가 9시쯤 나는 졸리니 먼저 자야겠다 너도 일찍 자거라 하시면서 방으로 들어가셨답니다.
저는 컴퓨터 검색 정리를 한 후 10시 넘어 일찍(평소는 12~01시전후) 어머니와 함께 쓰는 방으로 들어가 잠들었지요.
꿈속에서 왁자지껄하는 소리에 잠을 깬 저는  머리맏 시계를 보니 새벽 1시 17분으로 기억되고 일어나 화장실을 간후 감기기운에 거실에서 감기약을 먹고 다시 방으로 돌아왔는데 평소 같으면 어머님이 잠결이라도 아들 일어났나 ! 하신다거나 인기척을 하시는데 그날은 일어났을때나 방에 돌아왔을때도 말씀이 없으셔서 저는 평소처럼 어머님 얼굴에 손을 문질렀지요.헌데 반응이 없어 다시 한번 만젔지만 역시 아무 말씀도...저는 불을 밝혀보니 깊은 잠에 드신것처럼... 다시 얼굴에 저의 빰을 대니 약간 서늘한 느낌이 나서 여러번 흔들었지만 반응이 ....
놀란 저는 큰 형님댁과 작은 형님댁에 연락을 취하고 새벽1시 52분에 119로 긴급구난을 불렀고  20여분 후에 도착하고 확인하여 이미 한 시간 훨씬전에 맥박과 호흡이 정지됐었음을 말하면서 심폐소생을 시도해도 경험상 소생이 불가능함을 밝혔답니다.
이어 응급구조 수송차량으로 3시30분 전후 이대목동병원으로 옮기게 됐고 응급실로 옮겨 여러 진찰 후 사망하였음을 최종 확인하였지요. 이후 아침 8시쯤 영안실이 정해지고 조문을 받게 되었답니다.
갑작스런 소식에 많은 분들이 놀라고 찾아주셨지요.
판소리 연구가 이규호님은
소리 전공자 한분과 함께 직접 북을 가지고와 소리 한 대목을 각각 영전에 올렸고,
대금연주가 한충은님이
은은한 대금연주로 ......
그리고
혈육과도 같이 30여년 가까이 인연을 맺어오고 있는 소리꾼 장사익님께서
홀연히 가신 어머니영전에, 그리고 찾아주신 많은 분들에게 소리를 들려주셨답니다.
헌데......하지만......
이때까지도 저는 이 모든 일이 남의 일로 여겨지며 실감이 나지 않았어요 .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지요. 지금 우리 어머니는 집에 계신다고. 지금쯤 식사후 저와 커피를 마시고 있다는 생각만 들었구요.
완전히 저는 정신공황을 느끼면서, 이어지는 자손과의 마지막 상면이랄 수 있는 입관절차시에 초등생인 조카를 비롯 온 가족,친족이 어머니의 얼굴을 손으로 만지고 빰을 대며 흐느끼는 속에서도... 화장지로 떠나면서도,.. 화장 후 장지인 선산의 납골당에 모셔지는 과정에서도,..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면서도 현실을 인정할 수가 없었답니다.
삼우제로 13일 아침 8시 54분경 선산으로 가는 도중에 동쪽 하늘의  난생 처음보는 겨울 무지개를 보면서도, 집에 돌아오는 저녁 5시쯤 서쪽 김포 들녁에 뜬 화려한 겨울 무지개를 또 다시 보면서도 받아 들일 수가, 믿을 수가 없었답니다. (위 사진참조,핸드폰촬영)
그리고 하루 밤을 여러 가족과 두런두런 얘기하다 잠들었답니다.
허지만 집에서도, 꿈에서도 어머니를  다시는 뵈올 수가 없었답니다,
어머니께선
평소 말씀하셨던 당신 뜻대로 주무시듯 가셨지만요......
하지만...하지만...
참으로 매정한  어머니란 생각을 되뇌이면서................................
어머니~~~ 엄니~~~ 엄마~~~~~~~~~~~~